안녕? 난 불이야, 내 이야기를 들어 볼래?

입력 2022-03-18 10:55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5)

내가 인간에게 처음 발견된 것은 번개와 함께 나무에 내려와 신나게 타오를 때였어. 어느 용감한 녀석이 겁도 없이 땅바닥에 있던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나를 태우면서 나의 여행이 시작됐지.

인간들은 나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 나쁜 세균을 없앴고, 질긴 식물의 잎과 줄기를 씹어먹기 좋게 연하게 만들었어. 덕분에 인간들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고, 남은 에너지를 뇌로 보낼 수 있었지.

나는 인간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빛을 줬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줬어. 늑대나 곰처럼 인간을 위협하던 동물들에게 나는 공포의 대상이었지. 나를 손에 들고 무리지어 이동하는 인간들은 야생동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어.

18세기 영국에서 토머스 뉴커먼과 제임스 와트는 석탄으로 나를 만들어 물을 끓이고, 거기서 생겨난 증기의 힘으로 피스톤이라는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냈어. 사람들은 그것을 ‘증기기관’ 이라 불렀지.

이제 사람들은 나를 이용해 말이나 소에서 얻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됐어. 그것도 말이나 소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를 말이야. 그 덕에 사람들은 ‘돛 없이 움직이는 배’와 ‘저절로 움직이는 베틀’을 만들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고 온 세상에 좋은 물건들이 넘쳐나게 됐지. 오랜 세월이 지나 누군가 이 사건을 ‘산업혁명’이라고 불렀어.

얼마 지나지 않아 석유와 가스라는 것이 땅 속에서 발견됐어. 이후 나는 증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기를 데워 피스톤을 움직일 수 있게 됐어. 사람들은 이런 기계를 ‘내연기관’이라고 했지. 내연기관을 이용해 자동차가 탄생했고, 비행기도 나왔어.

요즘에도 나는 보일러와 자동차 엔진, 발전기 등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 그런데 인간들은 내가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지구 공기를 뜨겁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어. 그래서 나 대신 바람, 물, 태양, 수소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려 하고 있지.

오랫동안 바쁘게 살고 있지만 너희 인간과 함께 한 덕분에 난 밤하늘에 떠 있는 반짝거리는 별들의 이름도 알 수 있었고, 바다 속에서 꼬물거리는 존재들의 소중함도 알게 됐어. 건강한 지구와 함께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공업연구관
연세대 기계공학과
연세대 기계공학 석사·박사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2022 과학은 지금>(공저), <메이커 시티>(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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